바닐라 아이스크림만 사면 자동차 시동이 안걸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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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알레르기가 있는 자동차.jpg : 클리앙

*원본 내용

 

우리 같은 엔지니어들은 일견 뻔해보이는 것이 진짜 해결책은 아니며, 믿기 어려운 사실이라도 그게 진짜일 수 있다는 걸 알아야합니다.

 

제너럴 모터스의 폰티악 사업부에 다음과 같은 클레임이 접수된 사실이 있었습니다.

 

 

"이건 제가 두번째로 쓰는 편지입니다. 하지만 답변이 없다고 해서 비난하지는 않겠습니다. 저도 이게 미친 소리 같다는 걸 아니까요.

저희 가족은 저녁 식사 후 항상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을 먹는 전통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에는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매일 저녁 식사후 어떤 아이스크림을 먹을지 아이스크림 가게로 운전해가서 고르곤 합니다.

그러다 최근에 새 폰티악을 들이고 아이스크림 가게로 갔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유독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살 때만 차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겁니다.

다른 아이스크림을 고르면 시동이 걸리는데 아무 문제 없습니다.

이상한 소리라는 걸 알지만 저는 심각합니다.

'다른 아이스크림을 사면 아무 문제없는데, 바닐라 아이스크림만 사면 시동이 안걸리는 폰티악 자동차는 대체 무엇인가?'"

 

폰티악 회장은 당연히 그 편지의 내용에 회의적이었지만 그래도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엔지니어를 파견했습니다.

파견나간 엔지니어는 예상과는 달리 좋은 교육을 받고 성공적인 삶을 사는게 분명해 보이는 사람의 환대를 받고 놀랐습니다.

그는 저녁 식사 후에 만나기로 일정을 잡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바로 차를 몰고 아이스크림 가게로 갔습니다.

그날 저녁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샀고, 당연하게도 그들이 차로 돌아오자 시동은 걸리지 않았습니다.

 

엔지니어는 출장일을 3박 더 잡았습니다.

첫날 밤, 초코 아이스크림을 사자 차는 시동이 걸렸습니다.

두번째 밤에는 딸기 아이스크림을 샀습니다. 문제없이 시동이 걸렸습니다.

세번째 밤,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주문하자 차는 시동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논리적인 엔지니어는 그 차가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은 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출장을 연장하고 모든 것을 메모하기 시작했습니다.

운행시간, 유종, 운전 전후의 시간 등 모든 종류의 데이터를.

 

그리고 얼마후 그는 단서를 잡았습니다.

차 주인이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살 때는 시간이 더 짧게 걸렸습니다.

이유는 아이스크림 가게의 레이아웃 때문이었습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가장 인기있는 맛이었기 때문에 가게 앞에 있는 별도의 쇼케이스에 들어있었습니다.

다른 맛들은 가게안의 다른 카운터 뒤쪽에 있었기 때문에 그 맛의 아이스크림을 찾아 사는데는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이제 남은 의문은 왜 시간이 덜 걸릴 때 자동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문제가 있지 않다는 걸 안 엔지니어는 해답을 빠르게 찾아냈습니다.

 

베이퍼 록 현상(Vapor lock : 과열로 인해 연료 펌프나 연료 파이프 속의 연료가 증기로 변화돼 연료의 양이 갑자기 부족해지는 현상).

 

이 문제는 실은 매번 일어나고 있었지만  다른 맛의 아이스크림을 고르는 긴 시간 동안에는

엔진이 충분히 냉각될 수 있어서 시동을 거는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고르는 짧은 시간 동안에는 엔진이 식을 여유가 없이 너무 뜨거워서 베이퍼 록이 사라지지 않았고 그래서 시동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정말 재밌는 이야기이다.

 

처음엔 나도 정말 말이 안되는 이유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아이스크림 종류에 따라 자동차 시동이 안 걸릴수 있는지..

 

이 이야기는 엔지니어의 고찰을 잘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은 어떤 결함은 보통 보편적인 몇가지 현상으로 나타나지만, 정말 이상한 현상으로 나타날 때가 있다.

 

에러 로그를 구글링해서 해결법을 따라해보더라도 해결되지 않는 때와 비슷한 것 같다.

 

위 이야기는 조금 특별한 경우일 수 있지만, 충분히 개발자로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인 것 같다.

 

나도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서만 오류가 난 적이 있다.

 

로컬 환경에서는 잘 작동하다가, 배포만 하면 프론트엔드에서 백엔드의 통신을 막아버리는 것이었다.

 

로컬 환경의 애플리케이션의 통신은 잘 받지만, 배포 환경의 통신은 막는 것이었다.

 

처음엔 EC2의 보안 정책, 인터넷 게이트웨이, 인증서, 포트 등 백엔드의 문제인 줄 알았다.

 

이것은 내가 처음으로 CORS 정책을 알게 된 계기였다.

 

우리는 개발을 하면서 정말 많은 라이브러리를 쓰게 된다.

 

나는 가끔 라이브러리의 메서드가 어떻게 동작하는지 소스코드를 뜯어보곤 한다.

 

메서드가 평소엔 잘 작동하더라도 어느 순간 에러를 발생시킬 수 있고, 그 상황에는 어떤 Exception이 throw되는지 보기 위해서이다.

 

이런 것은 곳 내가 Error Handling을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직결된다.

 

잘 사용하던 라이브러리의 한 메서드라도 어떻게 동작하는지 원리를 알고 쓰자.